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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내셔널 몰 National Mall 돌아다니기 (上)

USA

by 그리부이 2024. 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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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역시 새벽에 일어난 짝꿍과 나. 생각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니는게 사람도 별로 없고 마음에 들어서, 아침을 먹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아침 아주 이른 시간에는 박물관 같은 곳도 당연히 열지 않기 때문에... 워싱턴 DC의 따릉이, Cabi를 타고 내셔널 몰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번째 행선지는 링컨 기념관.


내셔널 몰은 무슨 쇼핑몰 같은게 아니라, 일종의 공원이다. 백악관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지워싱턴 기념탑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포토맥 강 옆에 있는 링컨 기념관, 오른쪽으로는 미국 의회의사당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부지의 공원이다. 미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여러 인물들의 기념관, 각종 전쟁의 승전탑과 위령탑, 수많은 종류의 박물관 등으로 가득 차있어, 어찌보면 가장 미국적인 장소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나는 미국인도 아닌데) 미국뽕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ㅋㅋ


아무튼 우리는 가장 왼쪽에 위치한 링컨 기념관에서부터 시작.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약간 감동은 덜했는데, 그래도 그 웅장한 규모에서 미국인들의 링컨에 대한 인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어린이용 위인전 덕분에 노예를 해방한 ‘인권’ 대통령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하지만 노예해방법안을 서명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종차별과 남부북부간 갈등 등 여러 상황을 미루어봤을 때 노예제 폐지는 정치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1863년 링컨에 의해 노예제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으나 흑인의 참정권은 100년도 더 지난 1965년 선거권법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라)

오히려 미국의 입장에서 링컨의 가장 큰 업적은 남북전쟁을 통해 분열되었을 수도 있었던 미국을 하나의 연방으로 유지하여, 현재의 초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독립전쟁을 제외한다면, 링컨은 미국의 가장 큰 전쟁 시기에 대통령이 된 인물이었다. 전례없는 상황을 마주한 링컨은 민병대 징병 및 조직, 각 주별로 흩어져있던 군 전력의 연방군 조직화, 전시 체계 구축, 전비 확보 및 예산편성,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계엄령 등 수많은 전시체계 구축, 정책 수립 및 시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남북전쟁에 대한 전략 수립과 수행에 있었다. 보통 전쟁의 목적이나 목표를 ‘승리’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승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전쟁은 이겨도 병신, 지면 더병신이 되는 말 그대로 소모전이다. 승리를 통해 궁극적으로 어떠한 것을 이루고자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전쟁에서 이겨도 이긴게 아닌데, 링컨은 이부분을 구체화하고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다.

우선 남북전쟁에서의 목표는 ’연방 재통일'이었다. 분열되지 않은, 하나의 미국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는 말이다. 링컨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단순하게 영토를 회복하고 하나로 묶어놓는 것보다도, 남부연합군의 전쟁수행능력을 상실시키고 이를 통해서 전쟁의지 자체를 꺾어야지만 재통일 이후에도 이러한 분란이 다시금 발생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전투를 지속할 것을 지시했으며, 여러 지역을 다방면에서 동시 공격하여 지원군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찍어누르는 방식으로 이러한 전략을 수행해나갔다. 또한 노예해방선언을 통해 남부지역의 많은 흑인 노예들이 연방(북부)에 동조하게 만들었고, 흑인 병사들을 북부군에 입대시키며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였으며 하나의 미국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그 덕분에 초강대국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업적을 가히 위대하다고 할만하다.


링컨 기념관 앞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아주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조지워싱턴 기념탑이 보이고 그 뒤로 2차세계대전 메모리얼, 그 뒤로 미국 의회의사당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가장 위대한 것들을 배치해둔 것이겠지.

글 맥락과 안맞지만 재미삼아 찍어봤던 사진 한 장.


링컨 기념관에서 나와 왼쪽으로 길을 따라 걷다보면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이 나온다. 이번 워싱턴 DC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방문하고싶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져본적 없는’ 나라였다. 독립전쟁부터 시작해서, 맨해튼 프로젝트같은 말도 안되는 프로젝트마저 성공시키며 이루어낸 2차 세계대전 승전까지 정말 단 한 번도 지지않았던 미국에 처음으로 패배를 안긴 것은 뜬금없이 베트남. 베트남 전쟁은 개입 과정부터 순탄치 못했고 국민들에게 지지받지 못했으며,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과 목숨이 투입되었음에도 결국 패배하여 철수했던 전쟁이다. 훨씬 국력이 약한 베트남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미국인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은, 그럼에도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한 메모리얼을 만들어야했던 미국의 고민이 나타나있는, 그리고 그 고민을 아주 멋지게 해결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물이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메모리얼들은 동상이라던가 으리으리한 건축물을 세워놓은데에 비해, 베트남 베테랑 메모리얼은 마치 위에서 말한 미국인들의 ‘상처’를 보여주듯 내셔널 몰의 대지에 남아있는 ‘흉터’처럼 작게 대지를 찢어내는데서부터 시작한다.


https://youtu.be/VfTdHCOuYSc?si=TbrKa5B3FuDsCcSt

 

이 건축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니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참조하시길. 영상에서도 충분히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긴 하지만, 실제로 방문했을때의 느낌이 훨씬 좋은 메모리얼이었다. 워싱턴DC에는 수많은 볼거리들이 있지만, 손에 꼽을만큼 훌륭한 장소이니 내셔널 몰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빼먹지말고 꼭 가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원래는 글을 두 개로 나눠쓸 생각이 없었는데, 글을 적다보니 엄청 길어져서.... 내셔널 몰에서 방문한 나머지 장소들은 다음 편에 이어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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