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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2일차, 올드 타이파 / 오마누엘 / 카페리토랄 / 마카오 클럽

홍콩-마카오

by 그리부이 2022. 12. 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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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타이파 거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처음 향한 곳은 타이파 주택 박물관. 베네시안 마카오에서 조금 걸어 나오면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로 연결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왔다. 타이파 주택 박물관은 포르투갈 양식으로 지어진 과거의 저택을 전시관으로 변경한 곳인데, 건물만 놓고보면 아기자기하고 예쁜 포르투갈이 생각났지만 안에 장식은 또 중국품 소품으로 차있어서 뭔가 어색... 게다가 조금만 옆으로 보면 거대한 리조트들이 병품처럼 서있어서 뭔가 애매한 느낌을 줬다.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가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택박물관에서는 별다른 볼게 없어서 시장 쪽으로 향했다. 타이파 주택 박물관에서 언덕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이쪽이 나름 올드 타이파. 마카오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골목이라는 안내 책자의 멘트 말마따나,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 리조트 단지들을 바라보는 소박한 시장 골목이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유럽식 자갈 포장된 보도를 따라 내려가면 올드 타이파가 나온다.

 

좁은 골목 사람사는 냄새가 느껴지는 시장의 모습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골목을 둘러보다 만난 사원. 아마도 팍타이 사원일텐데, 타이파 빌리지에 있는 가장 큰 사원이고 정말 수많은 만수향이 태우는 향 때문에 멀리서도 바로 느낄 수 있다. 마카오는 특이하게 나선 모양의 향을(우리에게는 모기향으로 익숙할텐데) 피우는데, 이 향이 하늘에 닿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 뭐 이런 느낌의 이유로 향이 오래오래 꺼지지않고 탈 수 있도록 저렇게 만든다는 멘트가 안내책자 어딘가에 써있었다. 어느나라나 비슷한 그런거지... 떨어지는 향의 재를 맞으면 행운이 온다는 말까지.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에는 이러한 공간과 이러한 믿음이 필요한 모양이다.

 

현지인인지 본토 관광객인지 구별하지는 못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와서 향을 사고, 피우고, 복을 빌고 떠났다. 우리는 오래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사진은 못찍었는데 저 향을 관리하시는 분이 있어서 달아주고 옮겨주고하는 작업들을 하고 꾸준히 하고 계셨다. 약간 불멍같은 느낌으로 향멍을 하게 되던 공간.

 

입구쪽에서 찍은 사원.

 

오래된 골목길에서 한번씩 튀어나오는 거대한 리조트.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고파져서 근처의 식당을 찾아보았다. 뭔가 포르투갈식 음식이 먹고싶어져 가이드북을 펴서 근처의 가게로 들어왔다. O'Manel 오마누엘 이라는 작은 가게였는데, 나름 가게가 잘 되는지 근처에 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다른 레스토랑도 있다더라. 가이드북의 추천으로는, 매일 주인 아저씨가 시장에 다녀와 신선한 해산물로 만드는 오늘의 메뉴를 칠판에 적어놓으니 이 것을 추천한다고 되어있었는데, 하하. 광동어와 포어로만... 그냥 메뉴판을 열어봤다. 메뉴판에는 그래도 영어도 써있었다. 대충 바깔라우 하나 시키고 닭은 언제나 맛있으니까 닭 하나 시키고... 밥도 하나 시켜야지... 같은 식으로 대충 주문을 마쳤다.

 

'튀김'과 '구이'밖에 모르겠다....

 

가게 분위기는 이런 느낌.

 

포르투갈 맥주도 한 병 시켰다.

 

바깔라우 감자채 볶음. 굉장히 꼬소하고 맛있다.

 

볶음밥. 맛은 있었는데, 진짜 엄청 짰다. 맥주 안주로 제격...

 

구운 닭요리. 양념도 맛있었고 저 감자칩도 직접 썰어 튀긴 느낌으로 맛있었다.

 

밥먹고 돌아와서 나른하니 낮잠을 한숨 잤다. 자고일어나니 어느덧 늦은 저녁. 이리저리 어슬렁대다가 정통 매캐니즈 식당으로 향했다. 사실 홍콩 여행계획이 흔들리며 아예 취소해버릴까 하다가 마카오로 선회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 이 식당. 이름은 Cafe Litoral 까페리토랄, 예전 홍콩-마카오 여행때도 왔던 식당이다. 한국에도 홍콩 음식점은 꽤 괜찮은 곳들이 있지만 매캐니즈 음식만큼은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먹으러 왔다. 

 

밥먹으러 가는 길. 스트립은 언제나  화려하다.

 

밥먹으러 가는 길. 골목은 언제나 스트립과 대비된다.

 

카페 리토랄의 모습. 포르투갈 어디선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식당이다.

 

매캐니즈 퀴진은 세계적으로 봐도 굉장히 독특한 음식이다. 오로지 마카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음식의 역사는 500년전 명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지 개발이 한창이던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은 말레이 반도까지 진출했고 중국(명나라)와 교역을 하기 위해 마카오 반도에 도착했다. 다른 식민지들은 원주민들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고 노예를 징집하였으나, 명나라는 포르투갈 본토에서 굉장히 먼 곳이라 보급이 어려웠고 당시 국력의 차이로 인해 명나라를 직접 공격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식민지를 점령하던 것과 다르게 정식으로 명나라 황제에 대해 임대료를 내며 임차하는 방식으로 마카오를 이용하였다.

 

마카오 거주권을 얻은 포르투갈 사람들은 당연하게 고향의 음식을 마카오로 가져오려 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보급이 어려운 마카오의 특성 상 긴 항해에도 썩지않고 견딜 수 있던 식재료는 염장된 식재료(바깔라우라던가)나 향신료 뿐이었다. 거기에 마카오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식재료들과, 다른 식민지와 다르게 마카오 내에 있는 중국 광동의 문화(식문화를 포함하여)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두 문화가 결합하여 독특한 그들만의 음식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도 알아서 숙이고 들어가는 마카오의 외교 정책과 중국-포르투갈의 원만한 합의로 큰 충돌 없이(홍콩과는 다르게...) 식민지 반환 이후 그들의 문화와 식탁을 유지하고 있다.

 

잡설이 길었는데,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마카오에 왔다면 매캐니즈 레스토랑을 꼭 방문해보길 바라며, 매캐니즈 레스토랑에서는 포르투갈 와인을 페어링하는 것을 추천한다. 꽤 괜찮은 포르투갈 와인 리스트를 구비하고 있으며, 관세가 없는 마카오의 특성 상 현지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접할 수 있다. 물론 나는 걷다가 더워져서 그냥 맥주를 마셨다. (...?) 

 

식전빵과 맥주. 따라마시라고 잔을 줬는데 너무 더워서 한 모금 먼저 마셨다.

 

Seafood Rice. 포르투갈식 해물국밥이다.

 

뒤에 시킨 것은 African Chicken. 피리피리 소스가 매콤하니 맛있다.

 

추천하는 메뉴는 커리 크랩 / 베이크드 덕 라이스 (오리밥) / 시푸드 라이스 (해물밥)  / 바칼라우 아 리토랄(대구살 오븐구이) / 아프리칸 치킨 / 포르투갈식 볶음밥 정도다. 근데 다 맛있게 먹어서, 뭘 시켜도 맛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디저트로는 마카오의 유명한 디저트인 세라두라를 먹었다. 달달하니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유명한 레스토랑인 것에 비해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메인 요리가 3만원 내외였고 2명이 맥주와 디저트까지 배부르게 먹고 한 10만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미슐랭 가이드나 스트립의 매캐니즈 레스토랑은 인당 20도 금방 나오거든...

 

밥을 든든하게 먹고 나와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씨티 오브 드림에 가니 클럽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들어갔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가 입장료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는데, 안에 들어가니 사람도 별로 없고 노래도 별로고... 재미 없어서 금방 나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래 막스앤스펜서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 바퀴 둘러보고 맥주와 진토닉 같은 걸 사와 방으로 갔다.

입구가 그럴듯 해보여서 낚였다.

 

여기까지만 해도 잘 몰랐다. 잘못 들어왔다는 사실을.

 

무대 바로 앞이 테이블이라니 스테이지는 그럼 어디있어...?

 

 

근데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드는거다. 그래서 다른 클럽을 찾아 갔다. 그러다가 정말 웃긴 모습을 봤다. 손님이 아무도 없는데 디제이 혼자 열심히 일하는 모습... 노래는 아까보다 나아서 노래 좀 듣다가 입장권에 포함된 맥주 한 잔 마시고 자러 들어갔다.

 

공허한...마카오의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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