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로 도시가 조용하던 날, 우리는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미술관같은 것들은 연휴에 닫다보니, 일정을 채우고 남는 이런 날에는 적당히 어슬렁 대기로.
브루클린은 아주 오래된 도시다. 뉴욕에 편입된 것이 이미 19세기였나 그러니까... 예전에는 동네도 낙후되고 범죄율도 높은 그런 동네였다는데, 맨해튼의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도 넘어오고 힙한 가게들도 들어오고 하면서 재개발이 되어 가격이 엄청나게 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다고.
마블의 영화에서도 이런 배경과 관련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브루클린 출신의 캡틴 아메리카가 바로 그 주인공. 2차세계대전 즈음에는 브루클린에 살았던 캡틴 아메리카는 냉동됐다가 현대로 돌아오고 현실에 적응하는 동안 팔콘이 ‘집은 구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브루클린 집값은 감당 못하겠는데’ 라고 대답한다. 슈퍼파워를 가진 히어로도 감당 못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브루클린으로 넘어갈 때 지하철로 넘어가도 되지만 우리는 브루클린 브릿지를 통해 걸어서 넘어가기로 했다.
초반부에 좀 좁은 구간이 있어서 사람에 치이느라 좀 괴로웠음... 그 와중에 기념품 파는 노점상들도 많고 뭣보다 그 릴스 틱톡같은거 찍어주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360도 빙빙 돌아가는 카메라에 Jay Z 노래가 계속 나와서 어지러웠음... 그래도 뒤쪽에는 좀 넓어져서 괜찮았다.
아 그리고 투덜댄 것과 별개로, 기념품은 여기가 제일 저렴하다. 타임스퀘어 근처에서 5달러씩 팔던 마그넷 들을 여기서는 1달러~2달러 수준에서 팔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샀음.
꽤 긴 다리이지만 건너는데 무리는 없었다. 특히 보행자용 도로가 차량용 도로 위쪽으로 따로 나있어서 뷰도 좋고 아주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날씨가 꽤 흐렸는데, 여름에 오면 정말 좋곘다 싶기는 했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세계 최초로 지어진 현수교라고. 엄청난 높이의 주탑과 엄청난 양의 철골과 케이블로 가득한 구간에 들어서며 놀랄때쯤 1883년 완공이라는 안내판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때 고종...ㅎㅎ
브루클린 브릿지를 통해서 브루클린에 들어오면 바로 덤보를 마주하게 된다. 덤보가 그냥 동네 이름인줄 알았는데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 즉 ’맨하탄 브릿지 고가도로 아래‘ 라는 말의 약자였다. 동네 자체가 예쁘기도 하고 앞쪽 맨하탄 대교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유명한 듯.
맨하탄 브릿지 쪽으로 조금 더 가다보면 강변? 해변? 공원이 나온다. 맨하탄 안에서 보는 뉴욕보다 이쪽에서 바라보는 맨하탄이 훨씬 더 멋있었다. 강변 돌아다니면서 산책하기도 참 좋았음.
강변에서 살짝 언덕위로 올라가면 브루클린 하이츠 프롬나드가 나온다. 여기가 진짜 숨은 산책 맛집인거 같은데, 여행자들은 별로 없고 동네 분위기도 조용하니 좋고... 그래서 짝꿍이랑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후에 커피를 마시러 어느 까페를 가보려 했는데 아쉽게도 연휴 기간이라 영업을 안하고 있었다. 만약 내가 살 곳을 고를 수만 있다면? 이 동네를 골랐을 정도로 동네 구석구석 산책하기도 좋고 예쁜 가게고 많았던 브루클린의 후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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