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도라는 뉴욕. 뉴욕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아마도 그 중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임팩트가 컸던 일은 9/11테러가 아닐까.
나만 해도 그렇다. 뉴욕이 미국의 도시 중 하나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던 초등학생 시절의 어느날 밤, 갑자기 티비에서 불타는 건물이 나오더니 좀 이따가는 실시간으로(그렇다, 실시간으로 봤다)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상황이 그쯤되니 부모님이 이제 자라며 방으로 보냈는데, 비행기가 부딪히던 그 순간이 눈에서 자꾸 재생되는 것 같아 꽤 오랜 시간 잠을 못자고 뒤척이던 기억이 난다.
저 멀리 동방의 꼬맹이도 이랬는데, 미국인들, 뉴욕 시민들의 충격은 어땠을까. 수많은 전쟁을 치르는 초강대국 조차도 본토에서 공격을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을텐데 말이다.
9/11 메모리얼은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폐허가 된 부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했을까?
중간에 많은 계획 변경이 있었다하고 또 실제로 어떠한 결정이 내려진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현재 해당 부지는 복합업무시설과 추모공간, 교통시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 방문할 9/.11 메모리얼은 그 중에서 추모시설인 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롭게 지어진 마천루 원월드 트레이드센터. 프리덤 타워로 부르기도 한다. 전망대도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올라가보시길.
가까이 갈수록 눈에 띄는 건축물은 오큘러스 Oculus 라고 불리는, 세계무역센터 교통허브다. 뉴저지로 가는 광역철도인 PATH와 뉴욕 지하철의 여러 노선 환승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다.
내부는 지난 글에서도 둘러봤고, 외부로 보면 정말 생선 뼈같다. 약간.... 이런말하면 짝꿍이 비웃긴 하는데, 둘리에 나오는 가시고기같다...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오늘의 주인공인 9/11 메모리얼이다. 실제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똑같은 사이즈로 구현이 되었다. 기념물의 이름은 부재의 반추 Reflecting Absence.
이 건축물에 대한 아주 좋은 영상이 있으니 아래에 첨부하며, 자세한 설명은 교수님에게 대신 부탁드린다.
https://youtu.be/Mr6LLh5RKDM?si=EdqZT0PcR9DTlv80
좋은 설명과 함께해서 그런가, 이번 미국 여행에서 방문한 곳 중에서도 정말 손에 꼽게 좋았다. 말 그대로 ‘망자를 위한 건축’이라고 해야될까. 전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상처를 되새기기 위해 이렇게나 많은 비용을 감수하다니.
뉴욕에 와서 자주 느낀 감정이긴 한데,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자본주의가 발달한 이 나라에서 오히려 비합리적이고 돈 안되는 일들을 벌인다는 거. 도시 한복판에다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원을 조성해놓는다던가, 평생 번 돈으로 공원을 지어 기증을 한다던가 하는 일.
특히 베트남 메모리얼이나 9/11 메모리얼 같은 어쩌면 부끄러운 또 어찌보면 다시 떠올리기 싫은 일들 마저도 기억하고, 위로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그런 정신이 사회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쟁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시관은 포천에, 추모비는 양재 시민의 숲에 세우고 참사 부지에는 주상복합을 올린 삼풍백화점 케이스를 떠올려보면, 조금은 씁쓸해지는 부분. (물론 미국에서도 은폐하고 덮으려 사건들이 수두룩하기는 하겠지만)
바로 옆에는 테러 당시를 생생하게 전시해놓은 전시관도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오픈을 하지 않아 아쉽게도 패스해야만 했다. 혹시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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