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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돌아가는 길,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Feat. QR 1019, 도하 알 무르잔 라운지, QR 57 비즈, LH 718 비즈)

UAE

by 그리부이 2022. 1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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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정을 마치고 공항으로 와 허츠 렌트카를 반납했다. 하나 특이한 점으로 UAE는 모든 유료도로를 지날 때 자동으로 톨비가 나가는데, 그러한 톨비와 혹시모를 과태료 같은 것이 정산되는 시점이 우리가 반납하는 시점 이후이기 때문에 처음에 결제했던 디파짓을 바로 환불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도 돌아와서 2주쯤 있으니까 차액이 정상적으로 환불되더라. 영수증도 이 시점에 날아왔는데, 솔직히 그 시점에 결제가 잘못됐다 치더라도 내가 톨비를 얼마 썼는지 어떻게 알아... 알아서 잘 계산했겠지...

 

반납하고 바로 출국장으로 들어가 면세점을 잠깐 둘러보다가 샤워도 할 겸 라운지로 향했다. 나는 Dragon Pass를 사용했기 때문에 터미널1에서 사용 가능한 라운지는 Ahlan Business / Ahlan First / Marhaba 이렇게 세 곳이었다. 당연히 아흘란 퍼스트로 갔는데 이상하게 퍼스트에서는 이 패스가 안된다고 비즈로 가라고 하더라. 막상 비즈에 가니까 왜 퍼스트 안가고 여기로 오냐는 반응... 니네 퍼스트가 보내던데? 하니까 뭐 별 반응없이 그냥 입장시키더라. 안에 음식이나 그런게 나쁘진 않았는데 비즈 라운지는 샤워를 하려면 추가금을 내야했다. 이쯤부터 살짝 삔또가 나가서 사진도 하나도 안찍었다....

 

술도 못마시는 나라에서 엄청난 위스키들을 면세점에 갖다놓았다. 사마롤리 올드보틀이라니...

 

그래도 그때까지는 기분이 좋았다. 두바이-도하 구간을 이코로 한 시간만 날아가면, 도하-인천 구간은 Q Suite 이 뜨는 777-300ER 기재였기 때문에. 큐 스윗은 카타르 항공의 간판스타인 비즈니스 좌석이다. 카타르 항공이 몇 년동안 최고의 비즈니스석과 최고의 항공사 자리를 놓치지 않게 해준 효자상품인데, 일단 각 좌석마다 도어가 있어서 완벽한 프라이버시를 자랑하며, 둘이 붙어서 가는 좌석의 경우에는 매트리스를 깔아 더블베드로도 바꿔주고, 미팅이 필요할 때에는 네 명이 얼굴을 보고 마주앉아 미팅도 가능한 독특한 커넥팅 형식의 좌석이다. 어지간한 퍼스트 좌석만큼이나 안락한 좌석을 자랑하며, 또 독특한 밀 플랜을 자랑하는데, 바로 알 라 카르테 라는 기내식 서비스. 한마디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완전히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비행기에서 여러가지 기내식을 다 먹어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공략한 시스템인데, 각 메뉴의 포션을 작게 해서 여러 메뉴를 맛보고 싶은 니즈를 충족시킨다. 혹시나 부족한 경우에는 라이트 옵션과 비슷한 스낵 플래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배고플 일은 없다. 특히나 나처럼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어서 짝꿍이 시키지 않는 메뉴만 골라 시키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좋은 옵션인 셈. 

 

공홈에서 가져온 Q Suite 좌석 사진. 딱봐도 좋아보인다.

 

큐 스윗만을 기다리며 찝찝한 기분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기하다가 탑승 게이트로 발을 옮겼다. 근데 이상하게 다른 비행기들은 보딩 게이트가 열렸다는 문구가 다 뜨는데 우리 비행기만 안뜨네? 흠 이상하네... 그래도 보딩 시간 다됐으니까 가보자... 했건만...

 

잘못 본게 아니다. 무려 네시간 딜레이...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계속 보딩게이트가 안열리고 거의 한 시간을 게이트에서 물어보고 항의하고 씨름을 하고 있다가 결국에는 새벽 네시에나 출발할 수 있단다. 게이트까지 변경된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기재의 문제로 카타르에서 예비 항공편을 보내줬으리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아까의 라운지로 가서 다시 티켓을 끊고 리클라이너에 기대 시간을 보내봤다. 아까는 시원하던 맥주가 다시 마셔보니 씁쓸해지더라. 우리의 도하-인천 편은 연결 시간이 2시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작에 포기했다.

 

모자이크로 가려도 잔뜩 화난 표정의 나...

 

네시가 되어 비몽사몽한 상태로 다시 게이트에 갔다. 다행히 비행기는 문제없이 출발했고 우리는 도하에 도착했다. 도하에 도착해 트랜스퍼 데스크로 가니 놀라운 말을 들었다. 

미스터, 우리는 인천 가는 비행기가 하루에 한 편 밖에 없어. 근데 내일 비행기는 이미 비즈니스가 풀북이라 꼭 그걸 타고 싶다면 이코노미로 가야해. 응? 이게 무슨 개소리? 난 비즈니스를 예약했잖아. 어이가 없어서 항의를 하려는 나의 표정을 읽었는지 직원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스페셜 옵션을 추가로 제시할게. 여기서 뮌헨으로 가면 뮌헨에서 인천가는 루프트한자 비행기가 있어. 이건 두 세그먼트 다 비즈니스야. 

와, 이걸 이렇게 돌아가야한다고? 심지어 큐스윗도 아니네? 하지만 하루를 공항에서 노숙하고 다시 열 시간을 이코를 타며 돌아갈 자신은 없었다. 그래, 독일 가보자... 새로운 티켓을 받고 도하 공항의 자랑인 알 무르잔 라운지로 향했다.

 

알 무르잔 라운지는 카타르 항공이나 원월드 동맹체의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을 탑승해야지만 들릴 수 있는 도하 공항의 대표 라운지다. 라운지가 굉장히 넓은 데다가 2층으로 되어있어서 다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래도 거의 꽉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은데, 아무래도 카타르 항공 자체가 트랜스퍼를 통해 대량으로 수송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몰리는 탓도 있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단 고객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설이 있다는 점이겠다. 아침 식사시간에도 식당을 두 곳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 쪽은 알라카르테로 주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뷔페 스타일로 운영하고 있었다. 밤을 거의 새다시피 하면서 오는 터라 배가 고팠기에 아침식사부터 했다. 식사 이후에 짝꿍이 먼저 샤워실을 이용하고 왔는데 시설도 괜찮다더라. 어메니티는 전부 딥티크였다. 시간이 모자라서 가보진 않았지만 수면실도 있었는데, 이용해본 지인의 말로는 작은 호텔처럼 침대도 있고, 아주 푹 쉴 수 있다고 했다.

비즈 라운지가 이정돈데 퍼스트는 어떨까? 비록 불의의 사건으로 카타르 항공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긴 했지만 퍼스트가 궁금해서 한번쯤은 다시 와보고 싶은 공항이었다. 솔직한 느낌으로, 이 비즈 라운지조차 사람 많은거만 제외하면 대한항공 퍼스트 라운지랑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자원 투입은 안하고 직원들만 갈아넣은 친절로 배짱장사하는 대한항공은 반성하길...

 

인터넷 어딘가에서 퍼온 사진, 보이는 공간보다 두 세배는 넓은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아침으로 시킨 간단한 음식. 저기 보이는 QR코드를 스캔해서 메뉴를 보고 주문할 수 있다.

 

아침먹고 잠깐 쉬다가 의문의 뮌헨행 비행기를 타러 게이트로 이동, 계획에 없던 QR 57 비즈 탑승기다. 어메니티는 딥티크. 큐스윗이 아닌 구기재 였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뽀글이 한 잔 받으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이륙하고나서 바로 식사를 서빙하는데, 아침식사였음에도 꽤 헤비한 메뉴도 있더라. 짝꿍은 랍스터가 들어간 파스타를 주문했고 나는 양갈비를 주문. 야무지게 먹고 디저트까지 해치운 다음 누웠는데, 랜딩한다고 깨웠다.... 여섯시간 삭제...

 

세그먼트가 늘어나며 굉장히 많이 받게된 어메니티 파우치.

 

피곤했지만 뽀글이 인증샷은 찍어야지.

 

중동항공사에서는 Arabic Mezze를 먹어야한다.

 

양갈비와 사프론 라이스. 근본 조합.

 

제대로 된 접시에 제대로 된 식사.

 

에티하드에서는 떨어졌다던 아이스크림. 되게 예쁘게 서빙된다.

 

토니 포트 20년짜리를 갖다놓았길래 주문. 맛있는건 못참는 편.

 

눈을 떠보니 자리에 놔뒀던 초콜렛. 래더라는 원래도 좋아하던 초콜렛이라 반가웠다.

 

여섯시간이 순삭되고 비몽사몽 잠을 깨며 내렸더니 여기가 뮌헨이 맞나 싶었다. 트랜스퍼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공항 직원이 진짜 개정색빨고 액체류랍시고 30g 정도 하는 잼까지 다 꺼내는걸 보니까 여기 독일 맞긴 한가보다... 인천행 비행기까지 시간이 남아 라운지로 향했다. 우리는 루프트한자 비즈를 탑승할 예정이라 뮌헨 루프트한자 비즈니스 라운지로 이동. 확실히 선진국답게 깔끔한 라운지 컨디션에 음식도 깔끔해보였지만 나는 내가 독일에 왔다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정말 실감이 안났거든. 독일맛을 느끼려 맥주와 프레첼만 가져왔는데, 아,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독일에 왔음을 실감했다. 역시 빵은 유럽이야. 공항 라운지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감탄하면서 뚝딱 해치워버렸다. 

다행히 이쪽 라운지는 샤워 이용에 추가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하지만) 샤워실을 이용하고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로 향하며, 이 사건도 결국 잘 지나가고 나중에 추억이 될 거라 생각하며 짝꿍을 꼬셔서 마그넷을 하나 샀다. 

 

맥주 한 잔에 프레첼 한 입. 아 여기 독일 맞네.

 

라운지 샤워실, 깔끔하다.

 

라운지 샤워실, 있을 건 있는 편.

 

다시 인천으로 가는 마지막 LH 718 비즈 후기. 여기는 비즈인데도 파자마를 주더라. 근데 상의만 주길래 조금 어색했다. 어차피 바지는 반바지였으니까 편해서 뭐 문제는 없었다. 이번에도 이륙하자마자 바로 사육 시작. 왕창 먹고 다시 기절했다가 깨워서 일어나보니 아침먹으라더라. 여덟시간 또 순삭... 아침으로는 크레페를 먹고싶었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일어난 탓인지 다 떨어졌다고. 아니 그럼 왜물어본거야... 그냥 남은거 갖다 줘... 그 와중에 맛은 나쁘지 않았다. 먹고나니 바로 다시 착륙. 

 

내려보니 누가봐도 신혼여행자였는지 노란 자물쇠 당첨! 우리야 뭐 산게 없었기 때문에 스무스하게 해제하고 웃으면서 지나갔다. 아무리 비즈를 타고 움직였어도 피곤하기는 하더라. 집에 오자마자 그대로 뻗어서 잤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다음날 저녁 짝꿍은 혹시 모르니 해본 (의무도 아니었던)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을 받게되고, 우리의 신혼여행은 자택에서 1주일 추가되었다....ㅎㅎ....우리 팀원들 미안....

 

사육의 시작을 알리는 견과류와 와인.

 

전채로 시킨 비프 카르파치오. 독일식 플레이팅이 참 인상깊었다.

 

또다른 전채인 새우요리.

 

연어와 리조토. 사프론 크림소스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아무생각없이 시킨 치킨커틀렛. 비행기에서는 튀김류를 시키지 말도록 하자...

 

디저트 케이크. 솔직히 이건 진짜 맛있었다. 또 먹고 싶네...

 

노란 자물쇠. 면세 범위 초과의 물품이 있다고 의심되면 붙이는데, 우리는 순수하게 출발지/경유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은 마무리되었다. 다음 글부터는 이전의 여행 기록들을 하나씩 돌이켜보며 써보겠으니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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