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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돌아다니기 (1)

USA

by 그리부이 2024. 3.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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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다 짐을 풀어놓고, 간단히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맨해튼은 꽤 넓어서 걸어서만 돌아다니기는 힘들지만, 워낙 집약적으로 형성된 도시라 동선만 잘 짠다면 걸어다니면서 근처 관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 방문해본 곳은 숙소 근처의 Wall Street. 여기에도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트리가 있었다. 확실히 연말 휴가 시즌이라 여행자들만 가득했고 일하는 사람은 아예 없어보였다.


뉴스에서나 보던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 아쉽게도 내부에 들어가볼 수는 없었다.


여기도 아주 유명한 황소. 앞쪽으로 뒤쪽으로 여행객들이 줄을 잔뜩 서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냥 옆에서 대충 구경하다가 이동.


확실히 건축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재밌는 도시겠다 싶은게, 100년도 더된 마천루가 있지를 않나, 가장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건물이 있지를 않나.... 좀 더 공부하고 왔더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특히 이 건물은 첼시마켓을 가다가 발견한 옆건물인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다가 ‘뭔가’ 잘 지어진 것 같아 사진을 남겨놨었다. 돌아와서 찾아보니 라파엘 비뇰리라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YEXT 사옥이라고. 뉴욕에는 432 파크 애비뉴라는 이분의 대표작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종로타워라는 작업물이 남아있다고 한다. (호불호는 꽤 갈리는 것 같지만)


아무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첼시마켓으로 향했다. 첼시마켓은 과거 비스킷을 생산하던 나비스코의 뉴욕 공장이었다고 한다. 공장이 이전하면서 폐허처럼 변해가고 낙후지역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한 개발업자가 이 부지를 사들여 현재의 첼시마켓으로 변모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지금은 식료품 가게와 유명한 음식점들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우리도 돌아다니다가 Los Tacos No.1 라는 유명한 타코가게를 찾아갔다. 지금은 워낙 유명해져서 뉴욕 내 여러 지점이 있다는데, 본점은 여기 첼시 마켓에 있는 지점. 본점이라 그런지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첼시마켓에서 줄이 아주 잔뜩....


줄도 오래 섰는데, 워낙 사람이 많아서 앉아서 먹기도 어렵다. 다들 그냥 받아들이고 여기저기서 서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그들의 대열에 합류해서 타코 한 입. 진짜진짜 맛있어서 다시 방문하겠다 싶었는데, 한참 돌아다니다가 또 밥도 서서 먹는게 너무 힘들어서.... 뉴욕 여행의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밥은 앉아서 먹자...)


안쪽도 뭐가 많고 예쁘게 꾸며놓기는 했는데, 너무 사람에 치여 피곤해서 빨리 빠져나왔다. 첼시마켓은 꼭 비수기에 가보도록 하자...


첼시마켓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리틀아일랜드를 찾아갔다. 리틀아일랜드는 아주 재밌는 곳인데, 일단 공간의 탄생부터가 신기하다. 한 성공한 기업가가 이 도시에 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찾아오고 쉴 수 있는 ’공간’을 기부하고 싶었단다.

멋진 공간을 선물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토마스 헤더윅이라는 유명한 건축가/디자이너를 섭외하여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만든 (거의 3천억을 투입했다고) 이 공원은 몇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다.


옆에 보이는 이 말뚝은 과거 맨해튼 섬에 존재했던 수많은 Pier의 흔적이다. 이러한 흔적들을 차용해서 길게 올라온 기둥으로 하중을 받아내고 위쪽은 튤립처럼 넓은 모양으로 만들어, 이것들을 이어서 섬믜 면적을 만들어내는, 어찌보면 굉장히 비쌀 수 밖에 없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낸 구조체 덕분에 공원의 Elevation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넓지 않은 공간임에도 꽤나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Pier였던 곳에 지어져서, 조금만 밖으로 빠져나와 높이를 올려주면 이렇게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점이 아주 큰 만족도를 줬다.

사진은 찍지 않았는데, 이 리틀아일랜드 안에는 야외 공연장도 있었다. 아까 이 공원을 투자하고 기증하셨던 분이 20년간 이 공연장에서 하게 될 공연 운영을 책임진다고 한다.


뉴욕에 방문하기 전, 서울역 구역사에서 이 공간을 설계한 헤더윅 스튜디오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짝꿍과 함께 전시를 보러가서 이 리틀아일랜드에 대한 내용을 미리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사실 큰 감흥이 없었다. ‘왜 굳이 저렇게 해야되지?’ 라던가 ‘그 돈이면 그냥...’ 이라던가... 막상 방문해보니 좋은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후대에 물려주는, 일종의 헤리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틀아일랜드에서 살짝 걸어나오면 그 유명한 ‘더 하이라인' The High Line이 시작된다.


서울로가 이걸 따와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하핳. 어림없는 소리.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하이라인에게 실례다.


워낙 땅값이 비싼 동네다보니, 주차는 다 이런식으로 타워 형태로. 지반이 워낙 단단해서 지하주차장을 만들기도 어렵다고. 하이라인이 꽤 높은 철로 위에 지어진 공원이다보니 이런 주차타워도 발 밑에 두게 된다. 도시 한복판에서 차보다 높은 곳을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를 조성했다는게 참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이것도 아주 유명한, 앞의 리틀아일랜드를 설계한 토마스 헤더윅의 ‘베슬’이라는 건물이다. 보자마자 여긴 마포대교처럼 자살의 명소(?)가 되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투신 사고(?)가 몇 건 발생해서 지금은 출입이 불가능한 상태라는게... 쓴웃음이 나오는 포인트. 이정도 훌륭한 건축가가 이런것도 모르고 짓지는 않았을 것 같고 말이지.


아무튼 안쪽에서 보면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다시봐도... 몰랐을리가 없었을 것 같단 말이지...하는 생각을 하며 죄없는 짝꿍에게 조잘대며 지나갔다.


베슬에서 동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펜 스테이션,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타임스퀘어가 나온다. 근처에만 와도 바로 느낌이 오는데, 안그래도 사람 많은 뉴욕에서 이 근처에만 오면 진짜 말그대로 ‘바글바글’하다.


말 그대로 시계의 광고판같으 곳이었다. 시끄럽고 눈아팠다는 말...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고 인증샷도 몇 장 찍은 다음에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주변에 숙소를 잡으시는 분도 꽤 많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끄럽고 눈아프고 사람많고 또 비싸기 때문에 별로라고 생각한다. 특히 도보거리에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관광객용 식당에 기념품샵이라서, 구경할만한 것도 많지 않았다. 뉴욕은 버스 지하철이 워낙 잘 되어 있으니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지역에 숙소를 잡고 돌아다니는 것도 충분히 좋을 듯 하다.


저녁 메뉴로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진 푸드트럭, 할랄 가이즈를 찾았다. 맛 자체는 거의 소스가 다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 소스는 이제 제품화가 되어서 공장에서 생산되어 한국에도 똑같은 상태로 들어오니까 사실 맛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뭔가 상징성이 있다고 해야되나... 본점의 갬성을 느끼고 싶어서 가봤다.


레귤러 플래터가 13달러라고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좀 더 저렴하게 결제했다. 왜 싸게 결제해줬는지는 아직도 의문... 짝꿍과 나 각각 플래터 하나씩을 포장해서 호텔로 가져와서 먹었다.


야채도 같이 달라고하고 소스를 뿌리면 이런 비주얼이 나온다. 미국답게 소스 인심도 후해서, 정말 차고 넘치게 준다.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되는 느낌. 나도 간신히 다먹었고, 짝꿍은 당연하게도(?) 절반 가까이 남았다. 왜이렇게 유명해졌는지 알 것도 같은 느낌. 맛있는 저녁식사와 함께 하루종일 바쁘게 돌아다닌 맨해튼 구경 1일차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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