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남들이 가는 곳들은 왠만큼 다녀왔던 나는 뭔가 남들이 안가는 먼 곳에 다녀와보고 싶었다.
간사이 스루패스로 접근 가능한 곳들 중에서는 오사카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히메지, 위쪽으로는 비와코 호수, 아래쪽으로는 고야산이 있었는데, 이 중 고야산을 가보기로 결정.
맨 처음에는 순전히 ‘멀다’는 이유만으로 골랐는데 찾아보니 나름 일본의 3대 영지 중 하나라고 한다. 풍수지리가 좋은 땅이라 훌륭하신 분들이 묫자리로 많이 선호되는 지역이라는 뜻... 알고나니 뭔가 더 특이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밥을 먹고 바로 길을 떠났다.
교바시에서 출발하다보니 두어번 갈아타야만 했는데, 그러고나서도 한참 더 가야했다. 고야산 자체가 워낙 외진 곳에 있다보니, 같은 노선인데도 운행하는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중간에 내려야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1호선 신창행 같은 모양새.
고야산은 말 그대로 산이라서, 언덕위로 올라가야한다. 올라가는 최종 방법은 홍콩 빅토리아 피크처럼 ‘트램’을 타고 올라가야하는데 그 트램 역까지만 전철타고 가는 셈.
이러한 트램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상행/하행이 세트로 움직인다. 열차 운행이 30분간격으로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올라가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던 걸로 기억. (10~15분 정도)
확실히 높은 곳에 있다보니, 점점 녹지않은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간사이 지역은 해양성 기후인데다가 그다지 춥지 않아 눈이 거의 오지 않고 오더라도 금방 녹아버렸는데, 일본에 와서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눈구경을 하게 되었다.
내리면 난카이 버스를 탈 수 있다. 고야산의 주요 장소인 오쿠노인과 단상가람은 역에서 꽤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여기서 버스를 타는 것은 필수.심지어 오쿠노인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삼십분 넘게 걸어들어가야한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서둘러서 오쿠노인으로 향했다. 오쿠노인은... 말하자면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셰즈 묘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현충원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삼십분쯤 걸어가니 슬슬 입구가 보였다.
오쿠노인이 영지로 유명한 곳이다보니 꼭 묘지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조각물들이 많았다. 일본의 기업들은 자기네 사업이 잘되게 해주십사하고 오쿠노인에 자리를 사서, 기업을 위한 조각물을 짓는다고 한다. 돌아다니면서 어떤어떤 기업들이 있나 하고 찾아보는 것도 아주 재밌는 부분.
묘비를 재밌게 세워둔것도 꼭 페르라셰즈를 닮았다. 묘지라고 했지만 적당히 눈이 쌓인 길을 산책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한 낡은 무덤... 오 이건 좀 오래되보이는데? 한자가 뭐라고 써있는거야....풍, 신, 수, 길, 묘, 소...풍신수길? 도요토미 히데요시? 정말?
근데 진짜였다. 그 시절부터 내려오는 영지라고 한다. 새삼 오래된 이 지역의 역사에 놀라면서 또 한편으로는 꼬레안으로서 복잡미묘한 마음이 들었다...
수많은 묘소들을 둘러보니라 시간 가는줄 몰랐는데, 시간이 꽤 늦어 단상가람은 방문할 수 없었다.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 유달리 밝은 건물들이 보였다. 듣기로는 이 동네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이 많다고 했는데, 아마도 저런 곳인듯.
확실히 산이라서 그런지 금방 어두워졌다. 옷도 야상에 모자하나 쓰고 나온터라 갑자기 추워졌는데 벌벌 떨다가 간신히 편의점 발견. 고야산에 딱 하나 있는 패밀리마트라고 한다. 너무나 반갑게 들어가서 따뜻한 캔커피를 마셨다. 이거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야...
버스를 기다리기까지 시간이 꽤 남아서, 몸도 따뜻해졌겠다, 다시 주변을 조금 돌아다녀봤다.
입장은 못했지만 단상가람도 구경하고.
확실히 템플스테이를 하는 곳이 많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템플스테이같은 개념도 있긴 하겠지만 그냥 숙소의 역할만 하는 곳도 있고, 료칸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도 있는듯. 가격대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아서 굳이 이걸 해보기 위해서 다시 오지는 않겠다 싶었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케이블카로 다시 내려갔다.
한참을 달려서 난바로 돌아왔다. 몸이 으실으실해서 뜨끈한 라멘 한그릇을 하러 갔다. 돈코츠라멘을 이때 처음 먹었던 것 같은데, 부산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이 생각났다...
속을 든든히하고 난바, 신사이바시쪽을 둘러보다가 Pablo라는 치즈타르트 가게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달콤한 냄새에 홀리고, 두번째로는 타르트를 만들고 있는 파티셰의 모습에 홀려서 결국 하나 샀다. 그때 당시에는 가격도 얼마 안비쌌는데(7천원 정도?) 나중에 국내에 들어왔을 때는 엄청 비싸게 들어왔다가 결국 나간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치즈타르트 굽기를 미디움/레어로 고를 수 있는데 무조건 레어 추천. 이유는 아래에 나온다.
집에 와서 한 조각 잘라보니 흐르는 치즈의 모습. 아, 미쳤다. 이건 안먹어도 맛있다. 하지만 그래도 먹어야지 ^^
정신을 차리고 나니 한 판을 둘이 다 먹어버렸다. 그정도로 맛있었다는 뜻... 이게 또 레어의 느낌을 느끼려면 미니사이즈 말고 큰걸 사야되는데,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지 마시라.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울 수 있다.
이렇게 간사이 여행 중에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글은 다 썼다. 기간이 길었던 것에 비해 생각보다 여기저기 다닌 것 같지는 않은데, 사진을 안 찍은 장소도 정~~~~말 많다는 사실을 이해해주시길... 다음 글부터는 오사카를 골목골목 돌아다니면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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